노인들은 왜 윤석열을 지지할까?

요즘 발표되는 여론 조사 결과에 의하면, 윤석열 지지율은 60대 이상에서만 50% 이상이고 나머지 모든 연령대에서는 50%에 한참 못 미친다. 노인들이 왜 그를 좋아하고 지지하는지 궁금하다.

그냥 좋아서

이런저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60대 이상 노인들의 윤석열에 대한 지지율은 예전만큼 압도적이지는 않지만, 아직도 다른 세대보다는 높다. 왜 하필 노인 세대만 다른 세대와 다른지 신기하다. 노인들한테 왜 윤석열 좋아하는지 물어봐도 딱 부러지게 답을 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어느 정도 짐작은 할 수 있다.

많은 노인이 윤석열을 지지한다
윤석열은 노인들한테 지지받고 있다.

우선 생각나는 것은,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한가? 그냥 좋아하는 거지. 감정은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자기들이 그냥 좋다는데 어쩌겠나. 이런 감정은 연예인을 향한 감정과도 비슷하다. 연예인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냥 좋아한다.

어떤 정치인은 연예인 같은 인기를 얻기도 한다. 그런 대표적인 인물이 박근혜이다. 박근혜는 부모님 덕을 크게 보았다. 지금도 노인들은 박근혜에게 동정심을 느끼고 있다. 그런데 노인들은 윤석열도 좋아한다. 윤석열과 박근혜는 일정 정도 비슷한 점이 있다.

반대급부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데 자기 대신 누가 그와 싸워 준다면 기분이 어떨까? 기분 좋고 든든하겠다. 문재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노인이 많이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문재인을 사회주의자로 몰기도 했다. 아마 노인 중에는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우리 국민은 사회주의를 싫어한다. 특히 노인들은 사회주의라고 하면 학을 뗄 정도로 싫어한다. 그러니 문재인을 안 좋아하는 거다. 그런데 윤석열은 문재인을 들이받는다. 당연히 노인들 눈에 윤석열이 예뻐 보일 수밖에 없다.

원래 보수라서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점점 보수적으로 된다. 윤석열은 보수를 자처한다. 우리나라 유권자는 보수, 진보, 중도로 나뉘어 있다. 자기가 보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보수의 대표를 자처하는 윤석열에게 호감을 느끼기 쉽다. 윤석열이 진영 논리를 교묘히 잘 이용했다.

노인들은 똑똑하고 말 잘한다고 다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의 노인 세대는 윤석열에 앞서 박근혜를 좋아하던 사람들이다. 이들 두 사람은 능변가가 아니라는 공통점이 있다. 어떤 이들은 능력 있고 똑똑한 지도자를 뽑고 싶어 한다. 노인들은 다른 기준이 있는 것 같다.

그의 단점이 많아 보이는데?

단점은 보는 관점에 따라서 달라 보인다. 윤석열의 불안하고 거칠고 덜 다듬어진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오히려 매력으로 느껴지는 듯하다. 이미 누군가에 대한 호감이 생기면 그의 단점을 스스로 합리화하기 마련이다. 윤석열에 대해서도, ‘저 정도 단점조차 없는 사람이 있나?’라고 하면서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실수나 실언을 해도 ‘뭐, 그럴 수도 있지.’, 가족 문제에 대해서는 ‘피치 못할 무슨 사정이 있겠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는 단점도 있고 장점도 있다.
https://hhtt.kr/102422

녹취가 공개됐는데도?

그의 사적인 과거 대화가 녹음되어 일부가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그 중 몇 개를 들어 보았다. 그 내용에는, 누가 쥐약을 먹었다는 둥, 누구를 뇌물죄로 엮어야 한다는 둥, 정제되지 않은 저속한 표현도 있어서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비판 소재이다. 나는 그런 자극적인 표현은 차치하고 최대한 중립의 관점에서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파악하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내용이 어떻게 비칠까 생각해 보았다.

내 생각에 녹취의 내용은 그의 지지자들에게는 큰 영향을 못 끼칠 것 같다. 어떤 면에서는 그의 정무 감각마저 느껴졌다. 녹취 속의 윤석열 발언은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역시 그럴 줄 알았어.’,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뭐, 그런 말 할 수도 있지.’라는 정도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이명박, 박근혜한테 어떻게 했는데?

노인들은 자기들이 지지하던 이명박, 박근혜한테 윤석열이 어떻게 했는지 다 알고 있다. 그런데도 그를 지지한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아마 윤석열의 전략이 잘 먹혀 든듯하다. 그는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면서 자기가 어쩔 수 없이 이명박, 박근혜한테 그렇게 했다는 듯한 발언을 자주 하곤 했다. 후보 때나 취임 이후에나 그들을 만나면 고개를 숙인다. 그의 이런 언행이 노인들에게 좋게 받아들여졌다고 생각한다.

이념 논쟁

윤석열은 틈만 나면 ‘자유’를 부르짖고 이념 논쟁을 일으킨다. 그는 대통령 선거 기간 때와 달리 취임한 이후에는 중도파를 껴안으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고, 원래의 자기 지지층만 단단하게 유지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우리 국민은 이념보다 먹고 사는 문제에 더 관심이 많다. 그러다 보니 다른 세대는 윤석열에게서 멀어졌다. 남은 건 노인들뿐이다. 정확히 말하면, 모든 노인은 아니고 절반 조금 넘는 노인이다. 아무튼, 그래서 상대적으로 그에 대한 노인들의 지지율이 높아 보인다. 이 전략이 옳았는지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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