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개가 작은 개를 자꾸 물어서 작대기로 해결했다.

한 우리에 개 두 마리가 같이 사는데, 큰 개가 작은 개를 물어서 쫓아내고 간식을 독차지한다. 둘을 갈라놓지 않고도 둘 사이가 나빠지지 않게 하려고 작대기를 이용하였다.

마당의 개가 바뀌었다.

개 주인이 시바견 검둥이를 데려가고 다른 개 두 마리를 갖다 놓았다. 둘 다 암컷인데 검둥이 큰 개는 보통 크기이고 얼루기는 작은 개이다. 지난 두 달 반 동안 이들을 겪어보니 이들의 기질을 알겠다. 큰 개는 눈치가 빠르고 머리가 좋은 편이고, 작은 개는 억척스럽고 활발한데 눈치나 머리는 큰 개보다 못하다.

작은 개의 목에는 목줄이 채워져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작은 개의 목이 몸집에 비해서 너무 가늘었다. 목줄이 너무 꽉 채워져 있어서 작은 개의 목이 가늘어진 것 같았다. 목줄을 바로 풀어주었다.

큰 개는 젖이 불거져 있는 걸로 보아 새끼 낳은 지 얼마 안 된 듯했고, 눈치를 많이 보면서 아주 불안해했다. 이사 오느라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날이 더워서 둘 다 혀를 내밀고 더운 티를 낸다.

새로 온 큰 개, 작은 개
마당에 개 두 마리가 새로 왔다. 큰 개 검둥이, 작은 개 얼루기이다. 2023.08.13.

개 두 마리를 한 우리에 키우면 좋지 않다.

곧 겨울이 올 텐데 개 두 마리가 한 우리에 있으면 겨울에는 좋은 점도 있다. 추울 때 서로 붙어 있으면 조금 덜 추울 거다. 그런데 그 외에는 단점이 더 크게 느껴진다. 나는 시바견 검둥이와 누렁이가 이 개집에 살 때 어땠는지 똑똑히 보았다. 그때 먹이가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아서 결국 그 둘은 앙숙이 되었고 서로 떼어 놓아야 했다. 또한, 좁은 곳에 둘이 있다 보니 답답해한다. 가끔 마당으로 꺼내주면 그렇게 행복해 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좁은 우리에 개 두 마리를 넣어두는 건 여러모로 좋지 않다.
https://hhtt.kr/22

새로 온 개들은 동성이라 둘이 새끼 낳을 일이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개들도 사람처럼 개체마다 성격이 다르다. 이들이 어떻게 지낼지 두고 보아야 한다. 물론, 이 개들도 좁은 우리에서 사료 그릇과 물그릇을 같이 써야 하므로 먹이다툼이 안 생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간식 빨리 먹기 경쟁이 벌어진다.

낮잠을 즐기는 큰 개와 작은 개
새로 온 큰 개와 작은 개가 낮잠을 즐기고 있다. 2023.08.21.

새로 온 개들을 며칠 지내보니 다행히 큰 개가 점잖은 편이고 두 개의 체급 차이가 있어서 큰 갈등은 없어 보였다. 지난번 개들은, 사료를 수컷 검둥이가 너무 많이 먹어서 문제였는데 이번 개들은 사료 가지고 서로 다투지는 않는다. 사료는 늘 먹고 남을 정도로 충분히 있으니까, 자기들이 보기에도 다른 개가 사료를 먹어도 많이 남을 것을 아는 모양이다.

문제는 사료 외의 다른 먹을 것을 줄 때 생겼다. 생선 뼈, 생선 부산물, 닭 뼈, 과일 껍질 등이 생기면 간식으로 이 개들에게 갖다준다. 사료 먹을 때는 그렇지 않더니 간식을 먹을 때는 서로 빨리 먹기 경쟁이 벌어진다. 이 개들도 지난번의 시바견들과 마찬가지로 생선 뼈를 아주 좋아한다. 생선 뼈에 살이 약간 남아있고 등뼈 안에는 골이 들어 있다. 특히 생선 대가리는 짭조름하고 맛이 좋다. 아주 환장하며 좋아한다. 내가 뭘 가져가는 모습이 멀리서 보이기만 해도 혀를 내밀고 입맛을 다신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간식을 개 우리 바닥에 한꺼번에 부어서 주었다. 그러면 두 개가 서로 빨리 먹으려고 경쟁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생선 뼈는 꼭꼭 씹어 먹어야 할 텐데, 저렇게 급하게 먹어도 될까? 이전에 있던 시바견 검둥이가 생선 뼈 먹던 모습이 생각났다. 그 검둥이는 누렁이와 분리된 후에 내가 주는 생선 뼈를 혼자서 다 먹으니까 여유 있게 꼭꼭 씹어서 먹곤 했다. 그래야 혹시라도 목에 뼈가 걸려서 문제가 될 일이 줄어든다. 새로 온 개들이 저렇게 생선 뼈 빨리 먹기 경쟁을 하니 뼈가 목에 걸릴까, 걱정스러웠다.

과일 찌꺼기를 먹고 있는 큰 개와 작은 개
큰 개와 작은 개가 과일 찌꺼기를 먹고 있다. 2023.10.12.

큰 개가 작은 개를 문다.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둘이 안 싸우고 사이좋게 간식을 잘 먹었다. 단지 빨리 먹기 경쟁만 할 뿐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큰 개가 꾀가 생겼다. 언제부터인가 간식을 먹을 때 처음에는 같이 사이좋게 먹는 듯하다가, 결국 큰 개가 작은 개를 물어서 쫓아버리고 남은 간식을 자기가 독차지한다.

작은 개가 자기 몫을 못 챙기는 것도 문제지만 언제 큰 개한테 물릴지 불안에 떨어야 한다. 불쌍하다. 먹고 싶은 것을 눈앞에 두고도 단념해야 한다. 개들에게 먹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먹을 때마다 고통을 당해야 하니 무슨 죄인가 싶다.

작은 개와 함께 간식을 먹고 있던 큰 개가 작은 개를 물어서 쫓아 버렸다
작은 개와 함께 간식을 먹고 있던 큰 개가 작은 개를 물어서 쫓아 버리고 남은 간식을 독차지했다. 2023.10.12.

마음 같아서는 큰 개한테 본때를 보여 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큰 개가 원래 심성이 나쁜 것 같지는 않다. 단지 자기도 맛있는 걸 먹고 싶은 본능에 충실할 뿐이다. 자기가 더 많이 먹고 싶은데 작은 개가 옆에서 억척스럽게 간식에 집착하는 모습이 큰 개 눈에 미워 보일 수밖에 없다. 냅다 문다. 그 순간만큼은 큰 개가 호랑이로 변신한다. 한 번 물리고 나면 작은 개는 깨갱거리면서 도망친다. 멀리서 아쉬워할 뿐이다. 다음부터는 큰 개가 이빨을 드러내면서 으르렁하기만 해도 작은 개는 겁에 질려서 도망간다.

먹을 때, 작대기로 두 마리를 분리하였다.

큰 개가 작은 개한테 깡패짓하는 걸 눈으로 보면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내가 이 개들의 주인이면 얘들을 당장 분리한다. 그런데 개 주인이 따로 있으니, 뭔가 간단한 해결책이 있으면 좋겠다. 먹이가 공평하게 분배되고, 큰 개가 작은 개를 물지 않게 하는 대책이어야 한다.

젓가락으로 생선 뼈 한 덩어리씩 던져서 한 마리씩 받아먹도록 해보았다. 이 방법은 좋지 않았다. 큰 개가 우월한 힘으로 작은 개를 압도하니 간식 대부분이 큰 개의 입으로 들어간다.

한동안 좋은 해결책이 생각나지 않다가 옆에 세워놓은 작대기에 눈길이 갔다. 개집 관리하는 데 쓰려고 갖다 놓은 것으로 길이도 적당하다. ‘그래, 저 작대기를 이용해야겠다.’ 작대기와 이 개 우리의 구조를 활용할 방법이 생각났다.

다음부터 간식을 주기 전에 작대기를 휘둘러서 큰 개를 개집 안으로 밀어 넣기로 했다. 그동안 내가 개한테 작대기를 휘두른 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큰 개가 내 의도를 모르더라. 작대기를 들이미는데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다. 그래서 작대기를 사납게 휘둘러서 “인마! 나 지금 장난 아니야!”라는 뜻을 전달했다. 큰 개가 놀라서 개집 안쪽으로 숨어버렸다.

작은 개는 아직 분위기 파악을 못 하고 촐랑대고 있다. 눈앞에서 작대기를 휘둘러도 어떻게든 나한테 다가오려고 한다. “아이고, 이 눈치 없는 녀석아!”

작대기를 우리 안쪽에 세워서 개들이 서로 다가가지 못하게 했다. 그런 다음, 미리 화단 옆에 감춰두었던 나무젓가락으로 간식을 조금 집어서 작은 개 앞으로, 큰 개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던져주었다. 작은 개가 먹고 있는 사이에 개집 안쪽으로 큰 개가 먹을 수 있도록 간식을 적당히 집어 던져 주었다. 이런 식으로 두 개한테 번갈아서 간식을 던져 주었다.

간식 먹기 전에 작대기 때문에 분리된 큰 개와 작은 개.
작대기로 위협하여 큰 개와 작은 개를 분리하고 간식을 주기로 하였다. 2023.10.20.

이제 두 개는 간식을 먹는 동안 서로를 신경 쓸 필요가 없게 되었다. 이때부터 내 눈앞에서 큰 개가 작은 개를 무는 일은 더 이상 생기지 않는다.

찜찜한 문제 하나를 해결하니 기분이 아주 좋다.

마당에서 개 키우니 음식물 쓰레기가 자동으로 처리된다.

도시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할 나름의 방법이 있다. 시골에는 대개 집마다 두엄자리가 있어서 거기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린다. 비 맞아서 소금기가 빠지고 썩으면 거름이 된다.

내가 사는 곳은 시내가 가까운 시골이다. 그러니 썩는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기는 어렵지 않다. 문제는 뼈다. 뼈는 잘 썩지도 않는다.

뼈를 종량제 봉투에 넣어야 한다면, 씻고 말리고,… 생각만 해도 번거롭다. 다행히 이 집 마당에는 개가 있다. 나는 개한테 뼈를 준다. 개는 뼈를 잘 먹는다. 굵은 뼈는 한참 물고 빨고 하다가 내버려 두고 심심하면 또 물고 빨고 하는 장난감이 된다. 닭 뼈 정도는 다 씹어 먹는다. 생선 뼈는 아주 환장을 한다. 지금까지 이 집에서 개 네 마리를 보았는데 모두 생선 뼈를 좋아한다. 그게 그렇게 맛있나 보다.

그 외에도 이 개들은 웬만한 음식물 부산물은 다 먹어버린다. 포도 껍질, 복숭아 찌꺼기, 고구마 껍질, 생선 지느러미 등등을 깨끗하게 처리해 주니 고마운 생각까지 든다.

개의 입으로 들어간 뼈든 뭐든 가루가 되고 결국 똥이 되어 나온다. 시골에서 개똥 처리하는 건 일도 아니다. 개한테 음식물 부산물을 간식으로 주니까 개들은 별미를 맛보게 되어 좋고 사람은 친환경적으로 쓰레기를 처리해서 좋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