씀바귀 씨가 아주 작아서 흰민들레 씨, 백미와 크기를 비교해 보았다. 씀바귀 씨의 발아 시험을 했다. 그 후 씀바귀가 화분에서 자라는 모습을 관찰하였다. 수년간의 토종 민들레 씨앗 발아 시험 경험을 바탕으로 발아 시험 방법을 설명한다. 스포이트 관리 요령을 설명한다. 발아 시험 결과, 5/10 가 발아하였다. 화분에서 잘 자라고 있는 씀바귀 5형제의 모습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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씀바귀 씨 발아 시험을 결심하다
지난 글에서 씀바귀를 발견한 소감을 적었다. 그 때는 씀바귀가 두 포기였는데 그 후로 두 포기를 더 찾아서 총 네 포기가 되었다.
어릴 때는 그렇게 흔했던 씀바귀가 지금은 왜 이렇게 안 보일까? 너도 혹시 이상 기후의 희생양인가?
내가 키우는 토종 민들레인 민들레와 흰민들레는 이상 기후의 희생양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몇 년간 지켜보니 이들은 더위에 약하다. 물론 예전에도 여름에는 더웠는데 지금은 덥고 추운 것이 시도 때도 없다. 올해 3월에 흰민들레 씨앗 발아 시험을 하여 괜찮은 결과를 얻어서 ‘4월에는 더 잘 되겠지.’ 했다. 그런데 4월 초 며칠간은 전형적인 봄 날씨였다가 5일쯤인가부터 갑자기 기온이 0도 가까이 뚝 떨어지고 말았다. 그렇게 한 3일인가 지속됐다. 그 결과, 그전에 발아한 개체들은 무난하게 잘 생존하였지만, 미처 발아하지 못한 나머지 개체는 그 후 더 이상 싹이 트지 않았다. 두 달 정도 기다려 보았지만, 더 이상의 발아 소식은 없었다. 씨가 냉해를 입어 죽어 버렸나 보다. 세상에나, 4월에 냉해를 입다니. 야속한 이상 기후! 지구온난화!
내가 발견한 씀바귀는 모두 내가 운동 삼아 걷는 길가에 있으므로 그 옆을 지날 때마다 살펴보곤 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하얗게 결실이 되었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다가 씨를 받아서 싹을 틔워 보기로 했다. 한 송이 따 보았다. 씨가 없었다. 어떤 개체에는 거의 씨가 생기지 않았다. 다행히 다른 두 포기에서 씨를 몇 개 받을 수 있었다. 한 송이에 씨가 고작 한두 개 있으면 다행이었다. 씀바귀 개체가 별로 없어서 그런가 수정이 잘 안되나 보다. 민들레 종류는 자가수정도 하던데. 하긴 많은 식물이 타가수정만 하고 자가수정은 못 하는데 자가수정도 할 줄 아는 민들레가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민들레 종류는 꽃만 피었다 하면 그대로 다 씨가 된다. 민들레에 익숙해진 나는 자가수정을 못 하는 듯한 씀바귀가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씀바귀 씨가 너무 작아서 좀 의외였다. 이 느낌도 역시 민들레에 익숙해져서 그런 건가? 봄에는 민들레 씨, 흰민들레 씨를 따느라고 그 씨가 늘 눈에 익다. 그래서 씀바귀 씨도 어련히 그 정도 크기는 될 거라고 기대했나 보다. 흰민들레 씨와 비교해 보았다. 백미와도 비교해 보았다. 작긴 작다. 그런데 이거 씨가 맞기는 하는가? 싹이나 트려나? 내 눈으로 확인해 보아야겠다. 나에게는 10개의 페트리 접시가 있고, 여러 해 동안의 경험도 있다.
발아 시험의 좋은 점
발아 시험을 해 보면 몇 가지 좋은 점이 있다:
- 씨앗의 발아율을 알 수 있다.
- 싹이 트는 데 걸리는 시간을 알 수 있다.
- 싹이 트는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다. 씨앗의 어느 쪽이 뿌리가 되는지, 어느 쪽이 떡잎이 되는지를 다 볼 수 있다. 씨의 꼭지 쪽이 떡잎이 되고 앞쪽이 뿌리가 된다.
- 접시에서 며칠 키우다가 화분에 옮겨주면 잘 살아 붙는다.
- 특별하게 관리할 수 있으므로 흙에 바로 씨를 뿌리는 것보다 발아율이 조금이라도 높아 보인다.
- 재미있다.
발아율에 신경 쓰는 이유는 민들레 씨와 흰민들레 씨를 다뤄 본 경험 때문이다. 잘못하면 싹 트는 것 구경하기가 참 어렵다. 더울 때는 눈 빠지게 기다려도 싹이 잘 안 튼다. 민들레 씨와 흰민들레 씨의 발아에는 기온이 아주 중요한 것 같다. 너무 더우면 싹이 잘 안 튼다. 예전 여름에 두 달 기다려 주니까 11/100 정도 싹이 텄다. 그나마 페트리 접시에서 하니까 그 정도라도 싹이 텄지, 여름에 노지에 뿌리니까 싹이 하나도 안 튼다. 봄가을에는 싹이 잘 튼다. 그런데 위에서도 말했듯이 너무 추우면 역시나 잘 안된다. 대략 영상 10도 밑으로 내려가면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데 기온도 좀 애매한 것이 뭐냐 하면, 아침 최저 기온과 낮 최고 기온이 다르니까 어디에 기준을 맞춰야 하는지도 좀 의문이다. 아무튼 추울 때는 어떤 온도 밑으로 내려가면 안 좋은 것은 확실하다. 민들레와 흰민들레는 대략 영상 10도에서 25도 정도가 좋은 것 같다.
씀바귀도 민들레 종류와 마찬가지로 같은 국화과 식물이고 씨도 크기가 다를 뿐 형태는 비슷한데 더위와 추위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좀 궁금하긴 하다.
발아 시험 방법
발아 시험 방법은 간단하다:
- 페트리 접시에 천 조각을 깔아준다.
- 천 위에 씨앗 여러 개를 올리고 스포이트로 물을 넣어 준다. 하루 정도는 씨앗이 물에 푹 잠겨 있어도 되는 것 같다. 다음 날부터는 스포이트로 물을 더 넣어주거나 빨아들여서 씨앗의 허리 정도까지 물이 차게 해 준다.
- 아침저녁으로 수분의 상태를 살핀다. 뚜껑은 꽉 닫지 말고 빼꼼히 열어 주어서 공기가 잘 통하도록 했다. 뚜껑을 치우면 수분이 너무 빨리 날아가서 좋지 않다.
- 씨앗의 발아 상태를 매일 확인하고 특정한 시각에 발아한 개체의 개수를 파악하여 기록해 둔다.
천으로는 대개 면포를 추천하는데 그게 좋긴 하겠지만 내 눈에는 면포 파는 데가 잘 안 보여서 그냥 물티슈로 했다. 물티슈 한 장을 깨끗이 빨아 말려서 잘라서 쓰면 된다. 많이들 알겠지만, 물티슈는 면이 아니고 플라스틱 종류이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에는 물을 잘 못 빨아들인다. 한두 시간 기다려 주면 축축해진다.
수분이 마르지 않도록 잘 살펴주고 기다리면 된다. 나는 공기가 통하도록 페트리접시의 뚜껑을 빼꼼하게 열어 둔다. 이건 민들레, 흰민들레 발아 시험할 때 생긴 습관이다. 이 두 토종 민들레는 더운 것을 싫어한다. 뚜껑을 너무 꽉 닫아두면 온실효과가 생길까 봐 걱정하였다.
물을 넣기도 하고, 너무 많으면 빼기도 해야 하므로, 스포이트가 있으면 좋다. 스포이트의 고무가 잘 삭는다. 이것도 약간의 관리 요령이 생겼다.
스포이트 관리 요령
- 고무가 빛에 노출되면 잘 삭는 것 같다. 쓰고 난 스포이트는 깜깜한 신발장 같은 곳에 넣어 두면 좋다. 그늘이라도 밝은 곳은 간접광이 있으니까 아주 깜깜한 곳이 제일 좋겠다.
- 스포이트의 목이 꺾이지 않도록 한다. 즉, 스포이트의 고무를 잡았을 때 스포이트의 몸이 수직 하향으로 축 늘어져야 한다. 스포이트의 몸이 연직선을 벗어나서 수평에 가깝게 된다거나 한 채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 되면, 하중으로 스포이트의 고무 목에 자극이 가해져 결국에는 상할 수 있다.
- 그래도 어디 서랍장 같은 데 넣어두려면 눕혀야 할 텐데? 그럴 때는 500cc 플라스틱 식혜 병처럼 주둥이가 좀 널찍한 것을 잘 씻어 말려서 스포이트를 그 안에 쏙 떨어뜨려 집어넣으면, 그다음부터는 병 덕분에 스포이트를 직접 만지지 않아도 되니까 좋다. 병을 어디 어두운 데 넣어 눕혀 두면 된다.
씀바귀 씨 발아 시험 경과와 결과
씀바귀 씨 총 10개로 발아 시험을 시작했다. 확보한 씨는 20개 정도는 되는데 실패할 때를 대비해서 10개만 발아 시험에 투입하였다. 민들레, 흰민들레 씨로 할 때는 씨가 충분해서 저 접시에 씨를 100개씩 올려서 발아 시험을 했다.
- 2023.05.31.에 발아 시험 시작.
- 4일 경과에 4개가 싹이 텄다.
- 6일 경과에 1개가 더 발아하였다.
- 10일 경과일까지 총 5개 발아.
- 10일 경과일에 화분에 옮겨 심었다.
- 지금까지 어린 씀바귀 다섯 포기가 화분에서 잘 자라고 있다.
싹이 트지 않은 나머지 5개의 씨도 나중에 싹이 틀 것을 기대하며 화분에 같이 심어주었는데 이 글을 쓰는 현재까지도 아무 소식이 없다.
씀바귀의 초기 성장 속도는 민들레와 흰민들레보다 좀 처지는 느낌이다. 아마도 씨가 작아서 영양분이 적은 탓이겠지. 성체의 잎은 길쭉한데, 이들은 어려서 그런지 잎이 아직 짤막하다.
화분에서 잘 자라고 있는 씀바귀 5형제
우리 동네 씀바귀 1호~4호 근황
씀바귀 1호는 옆에 있는 키 큰 다른 풀들이 제초 작업으로 쓰러졌어도 혼자 화를 피해서 한참을 잘 살다가 어느 날 보니 자기도 낫을 맞았는지 허리가 싹둑 잘려 나갔다. 그러나 씀바귀 1호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새 줄기를 뻗어서 다시 꽃을 피우고 지금도 잘 살아 있다.
씀바귀 2호는 풀 뽑기 좋아하는 사람이 뽑아버렸다. 황당했다. 그런데 그 옆에 부스러기 풀이 조금 남았던 것이 지금 보니 씀바귀 새끼였나 보다. 세력을 꽤 많이 회복했다.
씀바귀 3호는 내 산책길에서 비교적 멀리 있어서 자주 가보지 못했다. 한참만에 다시 찾아가 보니 말라 죽었는지 제초제를 맞았는지 찾을 수 없다. 다행히 그렇게 되기 전에 이 씀바귀에서 씨를 좀 받아 두었다. 그중 어떤 것은 발아 시험을 거쳐서 지금은 화분에서 자라고 있겠지.
씀바귀 4호는 찻길 바로 옆에서 한 번 보고 그 후에는 못 보았다. 사진을 찍어 놓았던 기억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