씀바귀, 오랜만이네. 고들빼기는 흔한데

오랜만에 씀바귀를 만났다. 씀바귀는 여러해살이풀이고 꽃의 수술은 까만색이다. 고들빼기는 두해살이 풀이고 꽃의 수술이 노란색이며, 잎은 길쭉한 하트 모양으로 줄기를 거의 감싸고 있다. 이들은 나물로도 이용되는데 씀바귀가 고들빼기보다 쓴맛이 강하다. 냉이 등 두해살이풀의 일생을 살펴본다.

우리 동네에는 씀바귀가 없다

제가 토종 민들레에 관심이 많다 보니 사촌 격인 씀바귀와 고들빼기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토종민들레에는 민들레, 흰민들레, 산민들레, 좀민들레 등이 있는데 저는 민들레와 흰민들레를 키우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의 그 흔한 노란 민들레는 서양민들레입니다.) 씀바귀와 고들빼기는 민들레와 달리 줄기가 생깁니다.

우리 동네에는 고들빼기가 많습니다. 이 계절에는 가는 데마다 고들빼기가 있습니다. 노란색 꽃 때문에 눈에 바로 띕니다. 민들레보다는 꽃송이가 작지만 한 포기에 여러 꽃이 떼로 피고 생김새도 나름대로 아주 예쁩니다.

길가의-고들빼기-개화
길가에 고들빼기가 많습니다. 민들레 꽃에 비해 작아서 귀엽게 느껴지는 예쁜 꽃이 많이 피었습니다. 2023.05.18.

저는 그것들을 볼 때마다 혹시 씀바귀 아닐까 싶어서 살펴보곤 하는데 늘 실망하게 됩니다. 그래서 어느새 이런 결론을 내려버렸습니다.

아, 우리 동네에는 씀바귀가 없구나!

몇 년 전에 저 멀리 다른 동네에 갔더니 거기에는 씀바귀가 있었습니다.

우리 동네는 씀바귀하고 안 맞는가 보다.

저에게 씀바귀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만, 그냥 뭐랄까,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것 같아서 좀 섭섭합니다. 저는 어릴 때 시골에서 나고 자라면서도 고들빼기를 잘 몰랐던 것 같습니다. 씀바귀는 알고 있었습니다. 씀바귀는 봄에 반갑지 않은 반찬으로 밥상에 올라오기도 했으니 모를 리가 없습니다. 씀바귀 꽃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는데 그 쓴맛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고들빼기와 달리 씀바귀는 노래 가사에도 나옵니다.

달래 냉이 씀바귀 나물 캐다가…

 

어라, 너 고들빼기 아니구나

그래서 더 씀바귀가 그리운지 모르겠습니다. 며칠 전에 별생각 없이 지나가다가 길옆에 있는, 노란 꽃이 핀 식물을 보았습니다.

고들빼기가 여기에도 있네. 먼지가 좀 앉았네. 어디 보자. 헉.

그토록 찾던 씀바귀가 거기에 있었습니다. 잎을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고들빼기 잎하고는 아주 달랐습니다.

씀바귀-개화-우리-동네-첫발견
길가에서 먼지가 앉은 채 꽃을 피운 씀바귀를 발견하였습니다. 우리 동네에서 처음으로 발견한 씀바귀입니다. 경사진 곳이라 기울어져 있습니다. 2023.05.18. (첫 발견 3일 후에 찍은 사진)

너 씀바귀구나!

 

씀바귀와 고들빼기 생김새 비교

우리 동네에도 씀바귀가 살고 있었습니다. 씀바귀와 고들빼기는 꽃이 참 비슷합니다. 저는 처음에 꽃으로는 구별을 못 했습니다. 그래서 잎으로 둘을 구별했습니다. 잎은 서로 많이 다릅니다. 씀바귀 잎은 좀 평범해 보이는데 고들빼기 잎이 특이합니다. 고들빼기 잎은 길쭉한 하트 모양이고 줄기를 거의 감싸듯 합니다. 줄기에 대한 사랑이 지나치군요.

고들빼기-잎-줄기를-거의-감싼-길쭉한-하트-모양
특이한 고들빼기 잎. 길쭉한 하트 모양이고 줄기를 거의 감싸듯 합니다. 2023.05.17.

씀바귀-잎-경사진-곳에서-줄기가-옆으로-기울어져 있다
씀바귀 잎은 이렇습니다. 이 씀바귀가 경사진 곳에 살고 있어서 줄기가 이렇게 옆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2023.05.18.

꽃으로 구별하는 방법은 수술의 색깔을 보는 것입니다. 씀바귀 꽃 수술은 까만색입니다. 고들빼기 꽃 수술은 노란색입니다.

씀바귀-꽃-수술-까만색
씀바귀의 수술은 까만색이다. 2023.05.18.

고들빼기-꽃-수술-노란색
고들빼기의 수술은 노란색이다. 2023.05.18.

 

이제 눈이 틔었는지 다른 날 씀바귀 한 포기를 더 찾았습니다. 이번에도 가까운 곳입니다. 이건 더 풍성해 보입니다.

더-풍성한-다른-씀바귀를-발견하다-꽃마다-진도가-다르다
이 씀바귀는 꽃 핀 지 더 오래된 것 같습니다. 꽃마다 진도가 달라서 어떤 꽃은 이미 마무리 단계이고 늦게 핀 꽃들이 아직 피어 있습니다. 2023.05.18.

 

씀바귀는 여러해살이풀. 고들빼기는 두해살이풀

또 다른 게 뭐가 있나 싶어 백과사전을 찾아봤습니다. 두산백과입니다.

 

씀바귀
요약: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120218&cid=40942&categoryId=32725

 

고들빼기
요약: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국화과의 두해살이풀.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061404&cid=40942&categoryId=32725

둘 사이에 아주 중요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씀바귀가 여러해살이풀인데 반해, 고들빼기는 두해살이풀이라고 합니다. 냉이도 두해살이풀이죠. 두해살이풀이라니 슬프다는 생각이 듭니다.

겨우 그거밖에 못 살아?

 

두해살이풀의 일생

말이 두 해지 사실상 일 년 남짓입니다. 냉이와 고들빼기의 일생은 비슷할 것 같습니다. 오늘도 보니 냉이 꽃, 고들빼기 꽃이 피어있는데 거기서 씨가 생겨 땅에 떨어지면 새싹이 납니다. 가을까지 자랍니다. 겨울이 오면 성장이 멈춥니다. 잎도 많이 위축됩니다. 그래도 뿌리는 죽지 않고 살아 있습니다. 겨울에 냉이 잎은 거의 보라색에 가까워집니다. 찔레나무 잎도 거의 그런 색으로 한참을 버티더군요. 그래도 겨울 냉이를 캐다가 데치면 녹색으로 바뀝니다. 겨울을 버틴 냉이, 고들빼기는 봄에 다시 성장합니다. 꽃을 피웁니다. 씨를 퍼뜨립니다. 그럼, 중요한 일은 다한 것입니다. 씨 떨어지고 난 다음의 냉이는 앙상하고 볼품이 없습니다. 혹시 뿌리는 계속 살까 했는데 아닌가 봅니다.

저는 여러 해 전부터 슬픈 게 싫어서 유행가를 멀리합니다. 유행가에는 슬픈 노래가 많지요. 냉이와 고들빼기의 일생은 슬픈 노래 같습니다. 반면에, 씀바귀는 민들레처럼 여러해살이풀이라니 다행입니다. 그럼, 씀바귀는 제가 요즘 즐겨 부르는 가곡이나 힘 있는 노래인가 봅니다. 유재하 형님 노래는 빼고 말입니다.

오래 살 팔자라서 그런가요? 씀바귀가 고들빼기보다 더 씁니다. 이들은 약리적인 효과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저는 요즘 민들레 반찬, 고들빼기 반찬을 먹고 있는데 씀바귀 먹어 본 지는 오래됐습니다. 입맛 없을 때 이런 반찬 먹으면 입맛이 딱 돌아오지요. 우리 동네에도 씀바귀가 산다니 기분이 좋습니다. 고향 친구 만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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