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일과 커제가 벌인 제29회 LG배 세계바둑기왕전 결승 3국에서 일어난, 사석과 관련한 분쟁에서 커제는 심판의 개입 시기를 문제 삼았을 뿐, 규칙 자체를 문제 삼지는 않았고 재대국을 요청하지도 않았다.
Contents
사건 개요
2025년 1월 23일 진행된, 변상일 선수와 커제 선수의 제29회 LG배 세계바둑기왕전 결승 3국에서, 커제 선수는 ‘사석을 사석 통에 두어야 한다.’라는 한국 바둑 규칙을 위반했다. 그래서 심판이 개입하여 대국을 중단시켰다. 이때 커제는 고성을 지르면 항의하였고, 결국 두어 시간이 지난 후에 중국 선수단 일행과 함께 대국장을 떠났다.
사건 발생 직후, 현장에서 심판과 관계자들의 논의 과정이 길게 이어졌는데, 그 내용이 중계방송 진행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여 시청자들의 오해가 발생했다.
커제는 심판 개입 시기를 문제 삼았다
한국 시청자들은 커제가 한국 바둑 규칙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으로 이해했지만, 나중에 기자들이 다시 취재해 본 결과, 그게 아니라, 표면적으로 드러난 커제의 진짜 불만은 심판의 개입 시기에 있었다. “왜 하필 이 중요한 장면에서 상대방 둘 차례에 개입을 했느냐“라는 말이다. 1월 23일에 발표한 중국바둑협회의 성명에도 같은 내용이 나온다.
중국바둑협회의 제29회 LG배 결승전 성명
1월 23일 진행된 제29회 LG배 세계바둑기왕전 결승3국에서 중국 기사 커제 9단은 들어낸 돌을 바둑통 뚜껑에 제때 놓지 못했는데, 이후 중요한 국면에서 상대 변상일 9단이 둘 차례가 됐을 때 현장 심판이 개입하여 경기가 중단됐습니다.
중국바둑협회는 심판의 개입 시기가 부당하고 경기의 정상적인 진행에 영향을 미쳤으며, 기사가 심판의 과도한 방해를 받아 경기를 계속 완료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회 주최 측인 한국기원에 재대국을 요청했지만 소용이 없어 중국바둑협회는 이번 LG배 제3국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중국바둑협회
2025년 1월 23일
https://baduk.hangame.com/news.nhn?gseq=103701&m=view&page=1&searchfield=&leagueseq=0&searchtext=
이와 같은 당시 커제의 심경은, 1월 23일 대국 종료 후에 보도된 홍민표 국가대표 감독과 손근기 심판의 전언에서도 들을 수 있다.
홍민표 국가대표 감독 전언
(맨 아래의 참고 영상에서 정리한 내용:)
홍민표 감독:
(커제는) 상대 둘 차례에 왜 심판이 개입을 하냐, 그걸 주장하는 거거든요. 상대방의 시간을 벌어 주려는 행위 아니냐. 이제, 왜냐하면 중단이 되기때문에, 뭐, 얼마간이라도, 이제, 본인이 바로 인정하더라도, 뭐, 한 10초 정도 흘릴 수 있잖아요. 그것에 대해서 왜 시점이 하필 이 중요한 장면에서 상대방 둘 차례에 개입을 했느냐.
심판 개입은 사실은 문제가 생기면 바로 개입을 할 수가 있거든요.
기자들: 그거하곤 관계없나요? 심판이 판정하기 전에 치웠잖아요. 판정하기 전에 돌을 담았잖아요. 심판이 얘기를 하기 전에, 테이블에 있던 걸 사석 통에 다시 담았잖아요.
그거는 관계없고. 그 얘기를 하진 않았고요. 규정에 대해서는 어제도 있었고 그건 알고, 이제, 인정하는데, 왜 이 중요한 장면에서 상대 둘 차례에 개입을 했냐.
기자:
아, 그럼 벌점은 인정한 거였어요?
홍민표:
아, (커제가) 규정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기자:
전혀 다른 얘기네. 방송은 완전 다른데? 아하.
손근기 심판 전언
(맨 아래의 참고 영상에서 정리한 내용:)
손근기 심판:
속개를 할 수 있는데, 경고 1회로, 근데 이제 그것은 (커제가) 이제 거부하였기 때문에, 예, 이거는 (변상일의) 기권승으로 (판정했습니다.)
타이젬 기자:
아, 참, 그리고 아까 그 돌이 두 개가 (사석 통 밖에) 놓여 있는 걸 봤는데요, 테이블에. 그렇지만 심판의 경고가 한 번이기때문에 두 개가 놓여 있어도 경고는 한 번으로 계산되나요?
손근기 심판:
어, 그 상황에, 이제, 그 통역이 필요해서 잠깐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근데, 이제, 그 상황에서 이제 하나가 더 생긴 건데 근데 이제 그때는 원래 같았으면 지적을 했으면 이제 이 돌은 발생하지 않았을 거기 때문에 벌점 1회로 이제 진행한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타이젬 기자:
커제 선수의 주장은 이 규정에 불복하는 게 아니라 심판의 개입 시기가 상대 시간을 벌어주는 시기인 걸로 오인될 수 있다, 이렇게 얘기를 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정확한가요?
손근기 심판:
현재 한국 룰에는 그 위반 사유가 발생했을 시 곧장 개입을 하게 되어 있고 개입 시기는 변상일 9단에게 유리함을 주고자 함은 절대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들어오는 중에도 사실 착수를 할 수 있었던 것이고, 그러면 동일하게 커제 9단이 둘 차례에서 아마 중단이 됐을 겁니다.
타이젬 기자:
그럼, 커제 9단은 이거를 받아들이고 기권 의사를 표시한 건가요?
손근기 심판:
하지만 이제 한국룰, 지금 현재 이렇게 그 벌점, 그러니까 벌점을 제공하는 것에 있어서 룰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으로 보였고, 그래서 이제 그 차이가 있었습니다.
타이젬 기자:
아, 그러면 두 가지 다 받아들이지 못한 거네요. 룰도 받아들이지 못했고 본인이 생각한, 심판이 개입하는 시기가 자신한테 분리하도록 돼 있다고 생각한 (그 상황도 받아들이지 못한 거네요?)
손근기 심판:
그 두 가지 다 받아드리지 못하는 것까지는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정확하게는.
타이젬 기자:
그러니까 주장 속에는 두 가지가 다 있었나요?
손근기 심판:
커제 선수의 주장, 뭐 이야기가 오갔던 것 중에, 네.
타이젬 기자:
그중에 불만스러워한 거는 시간에 관한 규정이 아니라...
손근기 심판:
시간에 관한 것과 대국이 중요한 상황일 때, 이제, 심판이 개입해서
타이젬 기자:
예, 그걸 말하는 거긴 합니다.
손근기 심판:
대국의 흐름을, 흐름의 템포를 끊었다.
타이젬 기자:
그것이 더 주요한 포인트였네요?
손근기 심판:
예, 그것에 대한 항의가 더 많았습니다, 더 컸습니다.
타이젬 기자:
그래서 결국은 마무리는 어떻게 됐나요? 선수가 지금 돌아갔는데 그 마무리되는 과정에서 커제 선수가 그럼 오케이하고 간 건지 아니면은 그 밖의 다른 얘기를 남긴 거 있는지?
손근기 심판:
일단 이 대국은 할 수 없다라고 밝혔고, 예, 그래서 이제 이 대국을 더 이상 할 수 없기 때문에 간 것으로 보입니다.
타이젬 기자:
예, 재대국을 요청했다는 얘기도 들던데 그건 아닌가요?
손근기 심판:
재대국에 대한 이야기는 커제 9단의 입에서 제가 들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타이젬 기자:
예, 아, 다른 쪽에서 들은 얘기이긴 합니까, 선수단이라든가?
손근기 심판:
네 뭐 선수단에서 이제 뭐 이 일을 어떻게 정리를 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재대국) 의견은 나왔습니다.
타이젬 기자:
그중의 하나 재대국 얘기도 나왔긴 나왔군요?
손근기 심판:
예
타이젬 기자: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손근기 심판:
예
심판의 개입 시기가 부당한가?
중국바둑협회는 커제의 처지를 대변해서 심판의 개입 시기가 부당하다고 했다. 정말 그런가?
심판으로서는 선수의 규칙 위반을 발견했고 경기에 개입했다. 그런데 왜 커제와 중국 측에서는 심판의 개입 시기가 문제라고 하는 거지?
나는 왜 그게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 최대한 커제의 처지에서 생각해 본다면, ‘규칙 위반했을 때, 심판이 즉시 달려왔어야지, 왜 그러지 않고 시간이 지나서 왔느냐?’ 정도밖에 없는 것 같다. 즉 ‘왜 하필 상대방 둘 차례에 심판이 왔느냐?’라는 것이다. 이게 설득력이 있나? 내가 보기에는 규칙을 부정할 수는 없으니까 엉뚱한 트집을 잡는 것밖에 안 된다.
워낙 중요한 대국이니 심판은 신중하게 일 처리할 수밖에 없다. 녹화 영상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지 않았겠나? 그러려면 당연히 시간이 걸린다. 심판은 자기 할 일을 다 했을 뿐이다. 그런데 난데없이 심판 개입 시기를 문제 삼으니 손근기 심판도 황당했겠다.
한국기원은 심판 판정을 번복하지 말아야 한다
당시 손근기 심판은 커제가 대국장을 떠나자, 변상일의 기권승이라고 판정했다. 판정은 공정했다. 한국기원은 심판 판정을 번복하지 말아야 하며 중국 측 압력에 굴복해서도 안 된다. 규칙을 위반한 사람이 심판 개입 자체를 문제 삼아서 자기 뜻을 관철한 전례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참고 영상
홍민표 한국 바둑 국가대표팀 감독 인터뷰:
https://www.youtube.com/watch?v=6mPZAadrqu4
손근기 심판 인터뷰:
https://www.youtube.com/watch?v=_mXEa7_gVZg
바둑TV 중계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Y8gS6AqziCw
(영상 길이: 6시간 18분 44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