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이 아스팔트를 뚫는 원리

아스팔트를 뚫고 나오는 풀, 잔디, 콘크리트 옹벽에 뿌리 박고 사는 큰금계국, 버드나무를 보면서 식물이 아스팔트, 콘크리트를 뚫고 사는 원리를 생각해 본다.

아스팔트, 콘크리트에 식물이 자란다.

몇 년 전에 토종 민들레를 찾으러 다니던 중에 새로 덧포장된 도로 가장자리에서 민들레, 쑥, 이름 모를 여러 풀이 아스팔트를 뚫고 나오는 모습을 보았다. 이처럼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옹벽 등, 식물이 자라기 힘들어 보이는 곳에서 식물이 자라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잔디 풀 아스팔트
잔디가 아스팔트를 뚫고 나와서 자라고 있다.


그런 식물들이 어떻게 거기를 뚫고 나왔는지, 또는 어떻게 그곳에 뿌리를 박았는지를 생각해 보면서 자주 관찰하니 어느 정도는 알 것 같다. 또한, 아스팔트와 콘크리트에서 공통점도 있고 약간의 차이가 있는 듯하다.

틈새 공략

동물이든, 식물이든, 모든 생명은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든 자기가 처한 환경에 적응하려고 애쓴다. 그렇게 애쓰지 않는 유전자는 이미 도태되어 사라졌으므로 내 눈에는 모든 생명체가 강한 생명력을 가진 걸로 보인다.

바위, 콘크리트, 아스팔트 틈에 씨앗이 떨어져서 뿌리가 밑으로 파고 들어갈 수 있다. 원래 거기에 살던 식물이 위에 덮인 아스팔트를 뚫고 나올 수도 있다. 풀이든, 나무든, 자기가 살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한다. 작은 틈이라도 비집고 들어가 순이 자라고 뿌리를 뻗는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죽는 상황이다. 살기 위해서는 뭐라도 해야 한다.

아스팔트에 깔린 풀은 일단 틈새를 찾아서 나오는 걸로 보인다. 그런데 아스팔트가 얇거나 약하면 틈새가 없어도 뚫을 수 있다. 아래에서 마저 설명한다.

큰금계국 옹벽
큰금계국이 옹벽에 뿌리박고 살면서 여전히 꽃을 피우고 있다. 똑같은 큰금계국이지만 계절이 달라서 그런지 지난 글에서처럼 꽃이 많지는 않다. https://hhtt.kr/37

자라는 힘

도로를 아스팔트로 포장하면 도로 옆에 살던 풀이 아스팔트 밑에 깔리는 예가 많다. 그 풀들에는 생존의 최대 걸림돌이 나타난 셈이다. 그러나 생을 쉽게 포기할 수는 없다. 다행히 뿌리에 저장된 양분이 있다. 이걸 이용해서 몸을 늘리면서 작은 틈이라도 찾아야 한다. 틈을 찾았으면 빠져나와야 한다. 이렇게 해서 순이 바깥으로 나오거나 뿌리가 아래의 땅에 닿으면 이제는 한시름 놓는다.

이제 식물은 고체에 박혀 있는 셈이다. 식물은 계속해서 몸을 불린다. 클 만큼 커야 생존에 유리하다. 식물은 소리 없이 아주 조금씩 조금씩 자란다. 자꾸 불리다 보면 언젠가는 틈에 꽉 낀다. 식물은 자기의 성장을 방해하는 고체에 굴복하지 않는다. 압력을 행사하기 시작한다. 식물의 세포가 물을 흡수하면 팽압이 생긴다. 팽압은 쉽게 말하면 팽창하려는 압력이다.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157503&cid=40942&categoryId=32312

식물은 자기를 방해하는 주변의 아스팔트와 콘크리트에 팽압을 작용하여, 되는 데까지 바깥으로 밀어낸다. 그 증거를 주변에서 자주 본다. 잔디가 콘크리트의 작은 틈새를 큰 구멍으로 만들어 버린다.

옹벽 버드나무
옹벽에서 버드나무가 자라고 있다. 물을 좋아하는 버드나무가 이런 곳에서도 살 수 있다니 놀랍다.

여름에는 성장이 빠르다.

여름에는 식물이 햇볕을 잘 받아서 광합성이 왕성하므로 잘 자라고, 따뜻하기도 하여 생장하기에 유리하다. 장마철이 되면 비도 자주 내리니까 작은 틈새 속에도 물이 잘 공급된다. 반대로, 너무 많이 내린 빗물은 아스팔트, 콘크리트에서 잘 흘러가 버리므로 아예 푹 잠기지 않는 이상 그런 곳은 수해에도 안전한 편이다. 물론, 빗물이 너무 안 스며들면 생장에 불리하지만, 어느 정도 조건이 맞으면 그럭저럭 자란다. 식물이 자라면서 옆에 있는 방해꾼 고체를 더 잘 물리칠 수 있다. 당연히 여름에 식물이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를 더 잘 뚫는다.

바닥덮기 효과

전에 토종 흰민들레와 토종 민들레를 찾으러 주변을 돌아다닐 때 재미있는 현상을 관찰했다. 아스팔트 바로 옆의 땅에 뿌리박고 사는 흰민들레는 다른 데서 자라는 것보다 더 튼실하게 잘 자라더라. 비슷한 모습이 몇 번 관찰되니까 신기했다. 그건 아마 밭에 비닐을 씌워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원리와 비슷한 것이다 (멀칭: 바닥덮기). 평생 농사를 지은 나의 어머니가 말씀하시기를, 이랑에 비닐을 씌워서 농사를 지으면 소출이 2배가 된단다.

아스팔트가 덮인 땅은 비닐을 씌운 밭이랑과 같은 효과를 발휘하여 식물의 성장을 촉진하여 그 식물이 아스팔트를 더 잘 뚫어내는 데 도움을 준다고 볼 수 있다.

여름에는 아스팔트도 열 받는다.

내 차는 흰색이다. 내가 흰 차를 고른 이유는 단 하나다. 여름에 덜 뜨거우니까. 햇볕 아래에서 검은 차와 흰 차는 표면온도가 40도 이상으로 벌어질 수 있다. 덜 뜨거우면 에어컨을 덜 틀어도 된다. 검은 차보다 흰 차가 환경을 덜 파괴하는 셈이다.
https://m.blog.naver.com/12alsgud13/220770587322

아스팔트는 검은색이므로 여름에 상당히 열을 많이 받을 거로 생각된다. 그런데 열 받으면 아스팔트가 물러진다. 도로 포장할 때 아스팔트에 열을 가하는 걸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아스팔트가 물러야 펼치고 평평하게 하는 작업하기가 편하다. 이미 완성된 아스팔트 포장이 햇볕만으로 아주 물러지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는 물러질 거로 생각된다. 아스팔트 밑에 깔린 식물 입장에서는 이때가 기회일 것이다. 뿌리에 저장된 양분을 최대한 끌어올려서 조금씩 조금씩 아스팔트를 밀어낸다. 틈새가 생기면 그곳으로 삐져나온다.

아래의 사진이 바로 식물이 아스팔트를 밀어낸 증거이다. 잔디 주변의 아스팔트가 불쑥 솟아올라 있다. 원래는 아스팔트가 저렇지 않았다. 잔디가 밀어 올렸다.

잔디 풀 아스팔트
잔디가 아스팔트를 밀어 올린 모습. 풀은 아스팔트 틈새를 찾아 나올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틈새를 넓히고 아스팔트를 밀어 올린다.

그러나 아스팔트가 너무 두껍거나 식물이 너무 약하면 아스팔트를 뚫지 못한다. 그래서 주로 도로의 가장자리에서 풀이 아스팔트를 뚫는다.

콘크리트는 열을 받아도 물러지지 않으므로 식물이 콘크리트를 밀어 올리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따라서 콘크리트에 자라는 식물은 원래의 틈새를 이용해서 뿌리를 내렸거나 순을 내보냈을 거로 추측된다.

아무튼 연약해 보이는 풀이 딱딱한 곳을 뚫는 모습은 참 신기하고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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