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돈과 복을 가져다줄 수도 있고, 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 현대자동차 양재 사옥 옆을 지나는 여의천, 궁평2지하차도 옆을 지나는 미호강이 형태상 비슷한 듯 보이지만 한 곳은 복을 가져다주고, 다른 곳은 재앙을 가져다준 이유를 풍수지리학의 관점에서 살펴본다.
길한 물은 복을 가져오고, 흉한 물은 화를 불러온다.
지난 글에서는 물이 모여 있는 곳을 살펴보았는데 이번에는 들어오는 물을 살펴본다.
물은 생명 활동에 꼭 필요한 요소로 우리의 갈증을 해소해 준다. 그러나 물이라고 다 같은 물은 아니다. 지난 장마에서 보듯이 물은 때때로 사람의 목숨과 재산을 앗아가기도 한다.
풍수지리학에서는 물을 재물로 여긴다고 한다. 그런데 풍수에서도 물을 항상 좋게만 여기지는 않는다. 풍수가들의 설명을 종합해 보면 물기운이 순하게 들어오는 터는 좋은 터이고, 물기운이 세차게 들어오는 터는 흉하다.
지난 장마 때 적지 않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청주의 한 지하차도 위치를 지도에서 확인해 보았다. 그곳의 옆을 지나는 하천의 모양은 풍수에서 말하는 흉한 모습이었다.
풍수적으로 주변 물의 형세 즉 수세가 길한지, 흉한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풍수가의 설명을 들어보면 다 알 듯하지만, 막상 지도를 들여다보면 헷갈리는 곳이 많다. 지난 글에서도 말했듯이 이미 결과가 나온 곳들을 집중적으로 분석해 본다면 그 차이를 분명히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돈이 들어오는 현대자동차 양재 사옥
현대자동차 그룹은 2000년에 현대그룹에서 분리되어 양재동 사옥으로 이전하였고, 2001년에 재계 순위에 처음 등장하였는데 5위였다. 이어 2002년에 4위, 2004년에 3위, 2005년에 2위에 오른 이후 2021년까지 2위를 유지하다가, 2022년에 3위가 되어, 2023년에도 3위를 유지하고 있다.
재계 순위로만 보면 현대자동차그룹이 잘 나가고 있나 보다. 풍수지리학에서는 터의 길흉이 성공과 실패에 상당히 작용한다고 여긴다. 절대적인 영향이 있다고 말하는 풍수가도 많이 있다. 그렇다면 현대자동차 양재 사옥 터는 좋은 터라고 볼 수 있겠다.
기업은 영리를 추구하는 조직이다. 물은 재물을 상징하므로 현대자동차 양재동 사옥 터 주변의 수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터 옆으로 흐르는 하천은 여의천이다. 이 지역에 떨어지는 빗물은 차례로 여의천 -> 양재천 -> 탄천 -> 한강으로 들어간다. 그림으로 여의천의 모습을 살펴보자.
이 터를 선택할 당시 현대자동차그룹에는 세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고 한다. 여의천은 비교적 작은 하천인데, 남동쪽 멀리서부터 대체로 구불구불 현대자동차 양재 사옥 터 쪽으로 접근하다가 현대자동차 근처에 와서는 감싸듯이 돌아서 지나간다. 이 터를 추천한 지종학 풍수가에 의하면 여의천이 이 터를 향해 구불구불 들어오는 모양이 재물이 들어옴을 의미하므로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에 최적의 터라고 한다.
궁평2지하차도 풍수
이곳은 지난 장마 때 적지 않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곳이다. 이 옆으로 미호강이 흐른다. 약 7km를 거의 직선으로 흐른 미호강은 궁평2지하차도에 조금 못 미쳐서 휘어져 지나간다.
궁평2지하차도에 대한 미호강의 수세를 나쁘게 보는 이유는 강물의 물기운이 터에 너무 세차가 작용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이 터에 구불구불하게 들어오고 감싸주어야 좋은 수세라고 하는데 이곳의 수세는 그렇지 않다.
약 7km에 이르는 직선 형태의 강물을 따라 직선으로 연장해 보면 직선이 궁평2지하차도를 지난다. 그래서 이런 물을 직사 수라고 부른다. 과학적으로 보아도 직사수는 관성의 법칙에 따라 계속 직선으로 흐르려는 성질이 있다. 따라서 이 직선의 강물은 제방에 강하게 부딪힌다. 이번에는 많은 장맛비로 강물이 상당히 불어난 데다가 하필이면 제방이 공사로 인하여 임시로 설치된 것이었다. 그 임시 제방이 뚫리자, 강물은 거칠 것 없이 넓은 농경지를 순식간에 지나 궁평2지하차도에 들이닥쳤다. 제방에서 지하차도까지 300여 미터 떨어져 있었지만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았다.
미호강 자체를 흉하다고 할 수는 없다. 어떤 하천이든 터에 따라 길하게 작용하기도 하고 흉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궁평2지하차도는 하필 풍수적으로 흉한 자리에 있다.
결과적으로 이곳에 지하차도를 설치한 것은 좋지 못한 결정이었다. 차라리 고가도로로 했으면 이번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제방 공사 시기도 좋지 못했다.
비보
우리 조상들은 조금 모자란 터라도 어쩔 수 없으면 고쳐서 썼다. 풍수적으로 좋지 못한 곳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을 ‘비보’라고 한다. 물이 세차게 들이치는 곳에는 풍수를 따질 필요도 없이 우선은 제방을 튼튼히 해야겠다. 그다음에는 풍수적인 비보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직사수에 대해서는 바위로 비보를 많이 하는 것 같다. 63빌딩 앞에 서 있는 커다란 표지석도 이러한 풍수적인 비보물로 여긴다. 표지석이 좀 크다고 해도 그 건물 높이에 비해서는 아무것도 아닌데, 아마 심리적인 위로의 의미가 많다고 생각한다. 심리적으로 위로 받으면 자신감을 가지고 무슨 일이든 잘할 수 있다. 경북 영주시청 앞에 있는 아담한 표지석도 그냥 시청 이름을 알려주는 거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코앞까지 쭉 뻗은 도로가 들어오는 형세를 고려해 볼 때 풍수적인 비보물로 보인다. 도로를 물로 보는 견해가 반영된 것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무슨
요즘 같은 시대에 무슨 풍수냐고 한다. 다 미신이란다. 그런데 현재나, 과거나, 쟁쟁한 분들이 드러내지 않고 풍수를 중시한다. 이걸 어떻게 설명할까? 나는 과학을 훌륭한 수단이라고 생각하지만, 만능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세종시가 행정수도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것도 풍수 문제인가 싶기도 하다. 또한 자기 일이 너무 안 풀릴 때는 뭔가 내가 모르는 게 있는지 생각해 보고 방법을 바꾸어 볼 필요가 있다. 터를 바꾸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집터의 풍수적인 영향은 터의 주인에게 미치는 게 아니라 그 터에 지금 살고 있는 사람한테 미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