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 금연 17주년 기념일이다. 17년 전에 담배를 끊기로 결심했을 때의 마음가짐, 금연 실패담, 성공담을 들려준다. 흡연보다 더 나쁜 것에는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 본다.
금연 실패담
누군가는 그러더라, 자기는 담배를 끊은 게 아니고 흡연 욕구를 참고 있는 거라고. 또 누군가는, 담배 끊은 사람은 너무 독해서 무섭단다. 그런 말이 일리 있게 들릴 정도로 담배의 중독성은 대단하다.
2006년 11월 14일 정오 무렵에 마지막 담배 한 개비를 피웠다. 그 후 지난 17년 동안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그 어려운 금연을 나는 성공했다. 그러나 성공하기 전에 여러 번 실패를 경험했다. 그 실패했던 방식이 모두 똑같았다. 아래의 방법으로 여러 번 금연에 실패했었다.
- 어느 날 갑자기 금연을 결심한다.
- 단호함을 보이기 위해서, 가지고 있던 담뱃갑을 손바닥 위에 손가락과 나란하게 얹는다. 손을 오므려서 담배를 한꺼번에 분지른다. 휴지통에 던진다.
- 길면 몇 시간은 잘 참는다.
- 휴지통을 뒤진다. 부러진 담배를 수리한다. 다시 담배를 피운다.
금연 성공담
그렇게 몇 번 금연에 실패하고 나니 더 이상 섣부르게 금연 결심을 못 하겠더라. 스스로 부끄러웠다. 그래도 언젠가는 다시 금연에 도전하겠다는 생각은 마음 한 구석에 품고 있었다.
한참 흡연을 즐기면서 살다가 몸이 좀 안 좋아졌다. 아버지 돌아가신 직후였다. 드디어 금연에 다시 도전할 때가 되었다. 이번에는 과거의 금연 실패 때와는 마음가짐부터 달랐다. 담배를 상대하기 위해서 그 동안 차곡차곡 신무기를 마련해 두었다. 보이지 않는 그 무기들은 내 마음 속에 있었다.
어떤 일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뭔가 명분이 있어야 한다. 나는 왜 담배를 끊어야만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여러 개 마련해 두었다.
- 흡연은 내 시간을 잡아먹는다. 흡연 때문에 낭비되는 아까운 내 시간!
- 흡연은 내 인내심과 집중력을 갉아먹는다. 도무지 30분 이상 앉아 있을 수가 없다. 진득하게 앉아 있어야 뭐라도 해 낼 텐데 말이야. 그렇다고 방 안에서 피우기는 싫다. 방에 냄새 배니까.
- 흡연은 내 돈을 갉아먹는다.
- 흡연은 내 건강을 갉아먹는다. 은근히 건강 걱정이 된다.
- 담배 피우면 주변 사람들한테 눈총을 맞는다. 욕을 먹을 수도 있다. 욕먹는 사람이 복을 받을 수가 없다.
- 낯선 장소에 가면 항상 두리번두리번 흡연할 만한 장소를 찾아야 한다. 중요한 일 제쳐두고 쓸데없는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해야 한다.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 한심할 지경이다. 바둑의 조훈현 9단도 금연의 이유로 이런 비슷한 이유를 댄 적이 있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031020023001
이런 여러 이유를 든든한 지원군으로 삼아서 용감하게 다시 금연에 도전할 수 있었다.
금연 성공 과정
이번에는 담배를 분지르지도 않았다. 아버지 장례식 손님 접대용으로 쓰고 남은 담배를 형이 많이 챙겨주었다. ‘이 담배를 다 피우고 나면 그날이 바로 금연 시작일이다.’ 결국, 2006년 11월 14일이 금연 시작일이 되었다.
담배를 끊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도 굳은 의지가 있지 않고서는 금연에 성공할 수 없다. 처음 며칠이 가장 중요하다. 며칠만 참아보자. 일주일만 참아보자. 한 달만 참아보자. 일 년만 참아보자… 그렇게 지난 17년 동안 잘 참았다.
그때는 아직 내가 술을 마실 때였다. 나는 술로 내 금연 의지를 시험해 보고 싶었다. 흡연인들은 잘 알 것이다, 술 마실 때 담배가 얼마나 당기는지를. 다행히 술이 내 의지를 꺾지 못했다.
바둑 둘 때도 담배가 많이 당긴다. 그래서 일부러 바둑을 더 두어 보았다. 바둑도 내 금연 의지를 꺾지 못했다. 어느새 나는 상승장군이 되어 있었다.
어떤 욕구는 주기적으로 강해지는 듯한데, 지나고 보니 흡연 욕구는 단조감소 함수였다. 처음 며칠이 흡연 욕구 참기가 제일 힘들었고 그 후에는 점점 더 참기가 쉬워졌다. 흡연 욕구가 점점 줄어들었다.
흡연보다 더 나쁜 것은?
나는 음주가 흡연보다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 내가 금연 결심을 할 때만 해도 흡연이 더 나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담배를 먼저 끊었다. 담배를 끊은 지 3년 후부터 술도 마시지 않았다.
그 후, 흡연이 더 나쁜지 음주가 더 나쁜지 알기 위해서 뉴스가 나올 때마다 유심히 살펴보았다. 사건, 사고 뉴스에 술이 많이 나오는지, 담배가 많이 나오는지 알고 싶었다. 사건, 사고 뉴스에는 담배보다 술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온다. 술은 살인 사건, 사망 사건에도 많이 나온다. 음주 운전 살인 사건은 그 후로도 늘 문제였다. 결국 법이 개정되었다. 저녁 방송에 나오는 고향 분 중에도 음주로 부인 속 썩이는 분들이 많더라. 술은 가정의 평화도 위협한다.
사회생활 하려면 술을 안 마실 수가 없다고 한다. 꼭 그렇지는 않다. 유재석은 술 안 마시고도 사회생활 잘만 하고 성공했다. 그러니 자기 하기 나름이다. 술을 안 마시겠다고 하면 꼭 권하는 사람이 있다. 술 먹기 싫으면 그냥 술을 못 마신다고 하는 편이 낫다. 술자리에 안 갈 수 있으면 안 가는 게 상책이다. 음주가 자랑은 아니다. 술을 강권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