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우리에 개 두 마리가 같이 사는데, 큰 개가 작은 개를 물어서 쫓아내고 간식을 독차지한다. 둘을 갈라놓지 않고도 둘 사이가 나빠지지 않게 하려고 작대기를 이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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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의 개가 바뀌었다.
개 주인이 시바견 검둥이를 데려가고 다른 개 두 마리를 갖다 놓았다. 둘 다 암컷인데 검둥이 큰 개는 보통 크기이고 얼루기는 작은 개이다. 지난 두 달 반 동안 이들을 겪어보니 이들의 기질을 알겠다. 큰 개는 눈치가 빠르고 머리가 좋은 편이고, 작은 개는 억척스럽고 활발한데 눈치나 머리는 큰 개보다 못하다.
작은 개의 목에는 목줄이 채워져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작은 개의 목이 몸집에 비해서 너무 가늘었다. 목줄이 너무 꽉 채워져 있어서 작은 개의 목이 가늘어진 것 같았다. 목줄을 바로 풀어주었다.
큰 개는 젖이 불거져 있는 걸로 보아 새끼 낳은 지 얼마 안 된 듯했고, 눈치를 많이 보면서 아주 불안해했다. 이사 오느라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날이 더워서 둘 다 혀를 내밀고 더운 티를 낸다.
개 두 마리를 한 우리에 키우면 좋지 않다.
곧 겨울이 올 텐데 개 두 마리가 한 우리에 있으면 겨울에는 좋은 점도 있다. 추울 때 서로 붙어 있으면 조금 덜 추울 거다. 그런데 그 외에는 단점이 더 크게 느껴진다. 나는 시바견 검둥이와 누렁이가 이 개집에 살 때 어땠는지 똑똑히 보았다. 그때 먹이가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아서 결국 그 둘은 앙숙이 되었고 서로 떼어 놓아야 했다. 또한, 좁은 곳에 둘이 있다 보니 답답해한다. 가끔 마당으로 꺼내주면 그렇게 행복해 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좁은 우리에 개 두 마리를 넣어두는 건 여러모로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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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온 개들은 동성이라 둘이 새끼 낳을 일이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개들도 사람처럼 개체마다 성격이 다르다. 이들이 어떻게 지낼지 두고 보아야 한다. 물론, 이 개들도 좁은 우리에서 사료 그릇과 물그릇을 같이 써야 하므로 먹이다툼이 안 생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간식 빨리 먹기 경쟁이 벌어진다.
새로 온 개들을 며칠 지내보니 다행히 큰 개가 점잖은 편이고 두 개의 체급 차이가 있어서 큰 갈등은 없어 보였다. 지난번 개들은, 사료를 수컷 검둥이가 너무 많이 먹어서 문제였는데 이번 개들은 사료 가지고 서로 다투지는 않는다. 사료는 늘 먹고 남을 정도로 충분히 있으니까, 자기들이 보기에도 다른 개가 사료를 먹어도 많이 남을 것을 아는 모양이다.
문제는 사료 외의 다른 먹을 것을 줄 때 생겼다. 생선 뼈, 생선 부산물, 닭 뼈, 과일 껍질 등이 생기면 간식으로 이 개들에게 갖다준다. 사료 먹을 때는 그렇지 않더니 간식을 먹을 때는 서로 빨리 먹기 경쟁이 벌어진다. 이 개들도 지난번의 시바견들과 마찬가지로 생선 뼈를 아주 좋아한다. 생선 뼈에 살이 약간 남아있고 등뼈 안에는 골이 들어 있다. 특히 생선 대가리는 짭조름하고 맛이 좋다. 아주 환장하며 좋아한다. 내가 뭘 가져가는 모습이 멀리서 보이기만 해도 혀를 내밀고 입맛을 다신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간식을 개 우리 바닥에 한꺼번에 부어서 주었다. 그러면 두 개가 서로 빨리 먹으려고 경쟁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생선 뼈는 꼭꼭 씹어 먹어야 할 텐데, 저렇게 급하게 먹어도 될까? 이전에 있던 시바견 검둥이가 생선 뼈 먹던 모습이 생각났다. 그 검둥이는 누렁이와 분리된 후에 내가 주는 생선 뼈를 혼자서 다 먹으니까 여유 있게 꼭꼭 씹어서 먹곤 했다. 그래야 혹시라도 목에 뼈가 걸려서 문제가 될 일이 줄어든다. 새로 온 개들이 저렇게 생선 뼈 빨리 먹기 경쟁을 하니 뼈가 목에 걸릴까, 걱정스러웠다.
큰 개가 작은 개를 문다.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둘이 안 싸우고 사이좋게 간식을 잘 먹었다. 단지 빨리 먹기 경쟁만 할 뿐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큰 개가 꾀가 생겼다. 언제부터인가 간식을 먹을 때 처음에는 같이 사이좋게 먹는 듯하다가, 결국 큰 개가 작은 개를 물어서 쫓아버리고 남은 간식을 자기가 독차지한다.
작은 개가 자기 몫을 못 챙기는 것도 문제지만 언제 큰 개한테 물릴지 불안에 떨어야 한다. 불쌍하다. 먹고 싶은 것을 눈앞에 두고도 단념해야 한다. 개들에게 먹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먹을 때마다 고통을 당해야 하니 무슨 죄인가 싶다.
마음 같아서는 큰 개한테 본때를 보여 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큰 개가 원래 심성이 나쁜 것 같지는 않다. 단지 자기도 맛있는 걸 먹고 싶은 본능에 충실할 뿐이다. 자기가 더 많이 먹고 싶은데 작은 개가 옆에서 억척스럽게 간식에 집착하는 모습이 큰 개 눈에 미워 보일 수밖에 없다. 냅다 문다. 그 순간만큼은 큰 개가 호랑이로 변신한다. 한 번 물리고 나면 작은 개는 깨갱거리면서 도망친다. 멀리서 아쉬워할 뿐이다. 다음부터는 큰 개가 이빨을 드러내면서 으르렁하기만 해도 작은 개는 겁에 질려서 도망간다.
먹을 때, 작대기로 두 마리를 분리하였다.
큰 개가 작은 개한테 깡패짓하는 걸 눈으로 보면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내가 이 개들의 주인이면 얘들을 당장 분리한다. 그런데 개 주인이 따로 있으니, 뭔가 간단한 해결책이 있으면 좋겠다. 먹이가 공평하게 분배되고, 큰 개가 작은 개를 물지 않게 하는 대책이어야 한다.
젓가락으로 생선 뼈 한 덩어리씩 던져서 한 마리씩 받아먹도록 해보았다. 이 방법은 좋지 않았다. 큰 개가 우월한 힘으로 작은 개를 압도하니 간식 대부분이 큰 개의 입으로 들어간다.
한동안 좋은 해결책이 생각나지 않다가 옆에 세워놓은 작대기에 눈길이 갔다. 개집 관리하는 데 쓰려고 갖다 놓은 것으로 길이도 적당하다. ‘그래, 저 작대기를 이용해야겠다.’ 작대기와 이 개 우리의 구조를 활용할 방법이 생각났다.
다음부터 간식을 주기 전에 작대기를 휘둘러서 큰 개를 개집 안으로 밀어 넣기로 했다. 그동안 내가 개한테 작대기를 휘두른 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큰 개가 내 의도를 모르더라. 작대기를 들이미는데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다. 그래서 작대기를 사납게 휘둘러서 “인마! 나 지금 장난 아니야!”라는 뜻을 전달했다. 큰 개가 놀라서 개집 안쪽으로 숨어버렸다.
작은 개는 아직 분위기 파악을 못 하고 촐랑대고 있다. 눈앞에서 작대기를 휘둘러도 어떻게든 나한테 다가오려고 한다. “아이고, 이 눈치 없는 녀석아!”
작대기를 우리 안쪽에 세워서 개들이 서로 다가가지 못하게 했다. 그런 다음, 미리 화단 옆에 감춰두었던 나무젓가락으로 간식을 조금 집어서 작은 개 앞으로, 큰 개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던져주었다. 작은 개가 먹고 있는 사이에 개집 안쪽으로 큰 개가 먹을 수 있도록 간식을 적당히 집어 던져 주었다. 이런 식으로 두 개한테 번갈아서 간식을 던져 주었다.
이제 두 개는 간식을 먹는 동안 서로를 신경 쓸 필요가 없게 되었다. 이때부터 내 눈앞에서 큰 개가 작은 개를 무는 일은 더 이상 생기지 않는다.
찜찜한 문제 하나를 해결하니 기분이 아주 좋다.
마당에서 개 키우니 음식물 쓰레기가 자동으로 처리된다.
도시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할 나름의 방법이 있다. 시골에는 대개 집마다 두엄자리가 있어서 거기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린다. 비 맞아서 소금기가 빠지고 썩으면 거름이 된다.
내가 사는 곳은 시내가 가까운 시골이다. 그러니 썩는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기는 어렵지 않다. 문제는 뼈다. 뼈는 잘 썩지도 않는다.
뼈를 종량제 봉투에 넣어야 한다면, 씻고 말리고,… 생각만 해도 번거롭다. 다행히 이 집 마당에는 개가 있다. 나는 개한테 뼈를 준다. 개는 뼈를 잘 먹는다. 굵은 뼈는 한참 물고 빨고 하다가 내버려 두고 심심하면 또 물고 빨고 하는 장난감이 된다. 닭 뼈 정도는 다 씹어 먹는다. 생선 뼈는 아주 환장을 한다. 지금까지 이 집에서 개 네 마리를 보았는데 모두 생선 뼈를 좋아한다. 그게 그렇게 맛있나 보다.
그 외에도 이 개들은 웬만한 음식물 부산물은 다 먹어버린다. 포도 껍질, 복숭아 찌꺼기, 고구마 껍질, 생선 지느러미 등등을 깨끗하게 처리해 주니 고마운 생각까지 든다.
개의 입으로 들어간 뼈든 뭐든 가루가 되고 결국 똥이 되어 나온다. 시골에서 개똥 처리하는 건 일도 아니다. 개한테 음식물 부산물을 간식으로 주니까 개들은 별미를 맛보게 되어 좋고 사람은 친환경적으로 쓰레기를 처리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