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성분표를 보면 건조식품의 영양소 함량이 건조하지 않은 식품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온다. 그런 표를 볼 때 우리가 오해하기 쉬운 사실에 대해서 살펴본다. 건조식품에 영양분 많다고 건조식품만 좋아할 필요가 없고 특별한 이유도 없이 식품을 말려 먹을 필요도 없는 이유에 대해서 육포와 소고기를 예로 들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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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식품의 영양소 함량
일반적으로 건조식품의 영양소 함량이 그것을 말리지 않았을 때보다 더 높다는 말은 맞다. 예를 들어, 육포는 소고기 생것보다 영양소 함량이 더 높다. 일단 이 말이 맞는지부터 확인해 보자.
육포와 소고기의 단백질 함량 비교
다음의 자료를 보자 (단백질 함량만 비교했다. 다른 영양소를 가지고 말해도 결국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하, 소고기 = 소고기 생것)
이 표에도 나와 있듯이, 100g의 육포와 100g의 소고기를 비교했을 때 육포가 소고기보다 단백질 함량이 훨씬 더 높다. 그럼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럼, 건조식품만 챙겨 먹어야겠네?
‘아, 육포가 소고기보다 단백질 함량이 더 높다고 하니 나는 앞으로 소고기는 안 먹고 육포만 챙겨 먹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면 당신은 이미 속아 넘어간 것이다. 아니다, 속인 사람도 없이 혼자서 속은 것이니까, 그냥 착각한 것이다. 아예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나올 수 있겠다.
‘나는 이제 소고기를 무조건 말려 먹어야겠다!’
물론 코웃음 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이 글을 그만 읽고 다른 일을 보러 가도 된다.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내가 이 글을 쓰는 목적은 이 문제와 관련해서 조금이라도 의혹이 있거나 심각해졌을 수도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데 있다.
식품성분표 오해하지 말자
식품성분표를 볼 때는 아주 조심해야 한다. 식품성분표에 나오는 영양소의 수치는 그 식품 100g 속에 들어 있는 그 영양소의 총량이다. 육포가 소고기보다 단백질을 많이 함유한 것은 당연하지만 왜 그런지 구체적으로 따져보자.
저 표의 수치를 이용하여 환산해 보면, 소고기 100g을 말리면 육포 100g이 되지 않고 육포 34.4g밖에 안 된다. 소고기 290.5g을 말려야 육포 100g이 된다.
영양적인 면에서 육포 100g은 소고기 290.5g과 똑같은 것이다. 그러니 다음의 등식 관계가 성립한다.
육포 100g이 소고기 100g보다 훨씬 더 많은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다.
= 소고기 290.5g이 소고기 100g보다 훨씬 더 많은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다.
너무 당연한 얘기인데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어떤 식품을 건조하면 수분만 증발하고 우리가 영양소라고 부르는 것들은 대부분 그대로 남아있으므로 그 식품 전체에서 영양소들의 함량은 상대적으로 더 높아진 것으로 측정된다 (즉, 영양소의 밀도가 높아진 것이다). 그러니 말린 식품을 보고 영양소 함량이 높다고 호들갑 떨 필요는 없다.
건조식품은 건조식품끼리 비교하자
어떤 건조식품이 특정 영양소를 많이 포함하고 있다고 주장하려면 다른 건조식품은 그 영양소를 얼마나 포함하고 있는지를 제시해야 공평하다. ‘많다’, ‘적다’, ‘높다’, ‘낮다’ 이런 종류의 말은 상대적인 개념이므로 반드시 비교 대상이 있어야 한다.
서로 다른 식품이라도, 말린 식품과 안 말린 식품의 영양소 함량을 비교하는 것은 불공평하다. 예를 들어, 말린 오징어가 안 말린 소고기보다 단백질을 훨씬 더 많이 포함하고 있다거나, 말린 소고기가 안 말린 오징어보다 단백질을 훨씬 더 많이 포함하고 있다는 것은 아주 불공평한 비교이다. 어떤 분들 말씀을 잘 들어보면 이런 것을 은근히 간과하는 것 같다.
말리면 영양소의 함유 비율이 늘어날 뿐 실제로 생성된 영양소는 별로 없다 (버섯에 햇빛을 쬐어 말리면 비타민D가 생성되는 등 예외적인 경우가 있기는 하다). 그러니 소고기 대신 일부러 육포를 챙겨 먹을 필요는 없고 상황과 필요에 따라 육포든 소고기든 선택하면 된다. 저장성과 운반 편의성을 생각하면 건조식품이 낫다. 그래서 몽골 병사들이 원정 갈 때 말린 고기를 잔뜩 싣고 다녔다.
마치며
육포가 소고기보다 단백질 함량이 높다는 말은 맞다. 그러나 소고기를 말려서 육포로 만들었다고 해서 없던 영양소가 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다른 이유 없이 소고기를 굳이 말려 먹을 필요는 없다. 만약에 똑같은 중량의 육포와 소고기 중 하나를 누가 공짜로 준다고 하면 당연히 육포를 골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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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는 소고기를 육포로 만들 때 아무 첨가물을 넣지 않았고, 등심을 말려서 육포로 만들었다고 가정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 글의 논지를 훼손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영양학 카테고리에 있는 다른 글도 참고할 점이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https://hhtt.kr/category/dietet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