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레 이적을 둘러싼 한일 바둑계의 동상이몽

한국기원에 객원기사 활동을 요청한 일본 바둑 샛별 나카무라 스미레의 한국 활동이 기정사실로 되는 시점에 이에 관한 한국과 일본 바둑계의 속내를 짚어본다.

일본 기사 스미레의 한국행은 어느 나라의 이득일까?

한: 당연히 한국의 이득이다. 우리나라 프로 바둑계는 걸출한 기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뛰어난 기사가 제 발로 찾아온다면 우리 바둑의 흥행에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우리 여자 바둑의 차세대 여왕 자리를 예약하고 있는 김은지의 대항마가 아직 국내에는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스미레가 그 역할을 감당하여 대결 구도가 형성되면 흥행은 떼놓은 당상이다.

일: 당장은 조금 아쉽다. 그러나 우리에겐 깊은 뜻이 있다. 스미레가 한국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일본에도 좋은 일이다. 어쩌면 조치훈 시절의 우리 심정을 그대들이 느끼게 될지도 모르지. 스미레가 한국 여자 정상권 기사 또는 한국 전체 정상권 기사로 활동하는 자체가 일본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언젠가는 스미레가 일본으로 돌아오지 않겠나? 스미레는 한국에서 갈고닦은 실력으로 일본 바둑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며칠 전 김은지는 한국 랭킹 4위 신민준에게 승리하였다. 이처럼 스미레도 종합기전에서 한국 정상권 남자 기사들과 대등하게 경기하면서 이기기도 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스미레의 활약은 일본에서 큰 화제가 되고 바둑 입문자들이 늘어나면서 일본 바둑 중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제대회는 일본 대표로 참가?

일: 스미레는 일본인이고 입단도 일본에서 했다. 한국에서의 신분은 한국기원 객원기사일 뿐이다. 따라서 스미레는 당연히 일본 기사로서 일본을 대표해서 국제대회에 출전할 것이다. 한국의 강한 경쟁 체제에서 실력이 크게 향상되면 국제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결국, 한국에서 키운 실력으로 국제대회에서 일본의 명예를 한껏 드높이는 셈이 된다. 당장 스미레를 놓쳐서 보는 실리의 손해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보상받는다.

한: 스미레가 국제대회에 어느 나라를 대표해서 나갈지는 스미레 본인의 의사에 달려 있겠지만, 객원기사인 스미레를 한국 대표로 출전시키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예전에 루이나이웨이가 한국기원 객원기사로 활동할 때도 국제대회에 중국 대표로 출전했던 거로 기억한다. 그러나 스미레가 국제대회에 일본 대표로 나간다고 해도 그가 거둔 성적의 상당 지분은 그를 성장시킨 한국에 있다. 물론, 그가 국제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을 떨어뜨린다면 기분이 묘하긴 하겠지만, 외국의 인재가 우리나라를 활동 무대로 선택했다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다. 대승적으로 생각하면 된다.

최정과 김은지를 이기고 여자 일인자가 될까?

일: 스미레는 세계 여자 바둑 일인자인 최정보다 13세 연하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스미레가 최정에게 이기는 빈도가 늘어날 것이다. 김은지는 스미레보다 2세 연상으로 스미레의 주요 경쟁자이다. 이들 둘이 주요 여자 기전의 결승에서 맞붙는 일이 자주 일어날 것이고 스미레가 그리 밀리지는 않을 거로 본다.

한: 나이로 볼 때 장차 스미레와 김은지는 서로에게 둘도 없는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두 사람은 서로 간의 본격 경쟁에 앞서 당장은 최정을 넘어야 한다. 최정에게는 만만치 않은 도전자가 적어도 둘이 있는 셈이다. 최정은 여자 기사로서 이룰 것은 다 이루었으므로 언젠가 일인자 자리에서 내려가도 아주 아쉽지는 않겠지만, 후배들에게 자신의 자리를 쉽게 내어주지도 않을 것이다. 세 사람 사이의 치고받는 전쟁이 애기가들에게 많은 볼거리와 화젯거리를 안겨 줄 것이다.

스미레의 앞날은?

일: 실전보다 더 좋은 바둑 공부는 없다. 한국에서 성적을 내기 시작하면 대국량도 그에 비례하여 늘어나고 승부에 목마른 스미레의 기력은 일취월장하게 된다. 바다 건너에서 그 모습을 보면서 흐뭇해할 일만 남았다. 스미레가 성년이 되고 어느 정도 정상급의 성적을 낼 때까지는 한국에 머물 것이다. 기사로서 전성기를 한국에서 다 보낼지는 알 수 없다. 언젠가는 귀국하여 일본 바둑의 부흥에 앞장설 것이다.

한: 김은지와 스미레의 명승부가 펼쳐지면 구름 관중이 모일 테고 이는 영업 실적으로 이어진다. 성적이 어떻든 간에 스미레가 한국 바둑계에 실리적으로 이바지하는 바는 클 것이다. 물론, 그가 떠나는 날이 오면 섭섭하긴 하겠다. 그러나 스미레가 혹시 기사 생활 전부를 이곳에서 보낼지도 모르지 않나? 나는 그렇게까지 되리라고 보지는 않는데 혹시 그리되면 재미있겠다.

나카무라 스미레는 누구?

2009년 3월 2일생인 나카무라 스미레는 일본의 프로기사이다. 일본기원이 신설한 ‘영재특별채용추천기사’로 채용될 당시의 나이가 만 10세 30일로 일본 바둑계 사상 최연소 입단이었다. 그의 부친도 프로기사이고 어머니도 바둑 강사로 온 가족이 바둑인이다. 딸을 세계적 기사로 키우고 싶다는 부친의 뜻에 따라 7세 때 한국으로 건너와서 입단 전까지 평일에는 한종진 바둑도장에서, 주말에는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기력을 연마했다.
https://sports.news.naver.com/news?oid=370&aid=0000004138

스미레는 왜 한국에서 활동하려고 하지?

일본 NHK 방송에 따르면 고바야시 사토루 일본기원 이사장은 “더 높은 수준에서 바둑 기량을 높이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 일이며 도전을 적극 응원한다. 차세대 스타 기사의 이적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바둑계에 새로운 역사를 쓰는 사건으로 양국의 많은 팬들에게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질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기타] 일본기원, 스미레 한국행 공식 인정

고바야시 이사장의 말처럼 스미레는 더 치열한 한국 바둑계에 속해서 실력을 연마하고 싶은 것 같다. 기사들의 대국수는 성적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일반적으로 일본 기사들보다 한국기사들의 대국수가 훨씬 많다고 알려져 있다. 스미레가 성적을 잘 내면 대국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2022년 일인자 신진서는 95판을 두었고, 여자 일인자 최정은 105판을 두었다.
http://www.baduk.or.kr/record/diary

스미레가 어릴 때 한국에서 바둑을 공부하여 우리 문화에 익숙하고 같이 공부한 정든 친구들이 많은 점도 이번 결정에 작용한 듯하다.

김은지 6단과의 ‘한일 천재소녀 3번기’ 대결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스미레는 대결이 끝난 후 “한국에서 살고 싶다. 한국에는 나와 나이가 비슷한 정들었던 친구들이 있다. 따뜻하다”고 말했다. 또 어머니에겐 평소 “김치찌개가 먹고 싶다”고 자주 말하곤 했다.
https://sports.news.nate.com/view/20230919n27768

Leave a Comment